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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lazy.


오늘 아침 9:00에 교육대에서 세계의 교육환경에 대한 강의에 
한국 학생으로 초청되어 간단한 소개와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었다.

어제 새벽 늦게까지 마무리 작업을 남겨둔 에세이를 붙잡고 삽질좀 하다가
4시를 좀 넘긴 시간 잠이들었고
일어난 시간은 7시 50분 쯤.
매우 피곤했고, 몸상태도 당연히 좋지 않았다.

항상 하던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밀린 메일 체크, 메시지 체크,
그리고, 애니메이션 체크....
사과 한개를 까서 먹은 다음 대충 빈둥대다가 시계를 보니 8시...
얼른 샤워를 하고 나갈준비를 하다보니 벌써 8시 반...

뭐... 서둘러 가면 늦진 않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과 함께
샤워중에 도착한 보이스메일을 체크해보니
해당 과목 교수님이 아침에 참석해달라고 확인 메시지를 남기셨다.
늦는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살짝 들긴 했지만 뭐...
'괜찮겠지'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가는데 어라?.. 날씨가 어젯밤 비오던 그대로..
하늘은 시커먼 구름으로 덮여있고

집을 나설 때 까지만 해도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차에 시동을 걸고 서둘러 나가려보니
점점 굵어지고 있다.

아... 서둘러야하는데... 비까지 오는구나.. 하루종일 우산을 쓰고다녀야한다니...귀찮게 말이지..

그렇게 집을 나섰고..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꽝!

빗길, 가로수가 우거진 어두운 2차선 도로. 폭우에 젖은 아스팔트.
막 시동을 걸어 젖지 않은 타이어에, 수막현상이 일어나기 쉬운 저속운행중...
그야말로 사고에 최적화된 환경 속에서 그만 급브레이크를 시전했고
앞차와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생에 처음 겪는 운전중 사고.
그나마 저속이었지만, 빗길에 미끄러지던 환경이다보니
생각보다 피해가 큰 편이었던 것 같은데...
일단 충돌할 때 안전밸트의 압박감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고
에어백도 동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드가 휘어 올라왔고, 전면 범퍼는 깨져 내려앉았으며, 흡기구나 헤드램프는 말할 것도 없고
엔진에서조차 요상한 소음이 나고 있었다. 아마 라디에이터가 터졌거나 라디에이터 팬이 문제가 있는거겠지?

앞차는 충격으로 인해 약 5~10미터 가량 앞으로 밀려났던 것 같다.
주택가이다보니 양 옆으로 집이 늘어서있었고,
그중 한채에서 백인 여성이 나와서 앞차의 조수석 승객과 대화를 나눳던 것 같다.

911에 전화했을때 이미 그쪽에선 보고받은 상태이고, 운전자의 상태를 물으며 앰뷸런스를 요하는지 묻는다.
나는 괜찮은 것 같았으니 일단 거절... 경찰은 이미 보고후 출동한 상태였다는 것 같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이 오기 직전에 보험 가입을 했던 에이젼시에 전화를 했지..
보험사 아주머니가 경찰이 조서를 작성하고 보고를 하면 아마 보험사에서도 리포트를 받을것이라고는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험사에 전화를 해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이미 30분이 흘렀고 경찰과 앰뷸런스가 도착해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앞차 운전자와 동승자는 미국인들의 전형적인 사고 대처방법이라는 앰뷸런스에 실려가기를 택했고
뭐... 보험 가입해둔게 있으니 크게 문제가 있으랴... 일단은 내가 무사한지 다시 체크해보자..
차 안에서 망연자실하게 기다리는 동안 비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고 천둥번개까지 동반하고 있었다.
경찰이 앞차 운전자 상태를 다 보고 정리를 끝낸건지 내게 와서 면허증과 운전면허증을 요구했다.
미리 준비된 증들을 넘겨주고 또 멍때리면서 뭘 해야하나... 다시금 생각하고 있었다.
뒷좌석에 놔뒀던 가방은 안에 든 mbp와 함께 뒷좌석 바닥으로..
떨어져있는것을 다시 좌석으로 끌어올렸다. 설마 찌그러지진 않았겠지.. (ㅜㅜ)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경찰이 준 서류를 들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까지 
가방을 짊어지고 우산하나 쓰고 터벅터벅 걸어왔다.
차는 앞쪽 상태야 어찌돼었건... 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시동을 꺼둔터라
토잉해가기로 했는데 실수로 어디로 가는지조차 물어보지 않았는데...
결국 에이젼시 아주머니에게 연락해서 얘기했더니 찾아줬다.

남은 것은 수요일날 나온다는 경찰의 리포트.
그리고 보험사의 심사 결과...
추가로 차량 손상 정도 판별과 함께 수리비 청구..
(500달러 한도가 걸려있어서 나머지 초과금액은 보험사에서 전부 커버해줄 예정이긴 하지만...)


오늘 사고에서 다시금 깨닳은 것은
역시 서두르면 사고를 낸다는 것이었고..
결국 한동안 피곤하고 지치는 생활을 해왔다는 이유로
나태함에 길들여진 생활습관 덕분에 일찍 집을 출발하지 않았었다는데에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좀 정신 차리고 예전처럼 미리미리 학교 가서 준비하고 있어야겠다.


p.s. mbp도 다행히 찌그러진 곳이 없더라... -,.-a 
booq (전용 가방 브랜드) 만세!